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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반다이가 만든 플라모델을 보노라면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그 기술에 감탄이 나옵니다.
최상위 제품군이던 1/60 스케일 “PG” 건프라에만 탑재되었던 기믹들이, 이제는 1/100 “MG” 건프라 라인에 그대로 이용되고 있죠. 관절의 가동이나 세부 묘사의 정밀함은 물론이고, PG의 전유물이던 내부구조 재현과 햇치 개폐의 기믹 등, 크기와 가격만 한단계 아래일 뿐 PG에 뒤지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1/144 스케일에도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려는 실험이 행해지고 있는 듯, 완성품1/144 RX-78이 PG급 기믹을 탑재하고 발매될 모양입니다.) 발매될 "자쿠 (MS-06) 2.0" MG 킷도 마치 옛 PG킷처럼 만들어져, 내부골격을 조립하고 그 위에다 껍질을 씌우는 식으로 되어 있군요. ↓자쿠러님네 블로그에서 모셔온 MG 자쿠 2.0 사진. ![]() (자쿠러님의 글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PG급, MG급 건프라들의 내부 구조를 보면 옛날 건담 설정 중 “지온 모빌수트는 모노코크, 연방 모빌수트는 세미 모노코크” 라는 이야기를 나름대로 충실히 따르고 있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본 포스트는 모빌수트의 모노코크 조립에 대한 흥미로운 (?) 이야기입니다. ↓PG 자쿠, "샤아 전용기." 모노코크 구조…인가요? ![]() 아시다시피 모노코크 방식이란 차, 비행기 등의 동체에 걸리는 응력을 내부 골격이 아닌 외각外殼, 즉 껍데기가 짊어지도록 되어 있는 설계입니다. 응력을 짊어지는 골격(프레임)이 따로 없다는 것이 특징이죠. 프레임 방식의 차나 비행기를 인간같은 내골격계라고 한다면, 모노코크 방식은 곤충이나 게 같은 외골격계에 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둥그스름한 곡면으로 된 외각이 응력을 분산부담한다는 점에서는 달걀 껍질과도 닮았다고 할 수 있구요. 승용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니바디 unibody" 구조, 또 좀 구식 용어지만 "구조외피 構造外皮, structural skin" 등도 모노코크와 같은 의미입니다. 역시나 곁길로 샙니다만 여기서 세계 최초의 모노코크 비행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1916년, 독일 LFG (Luft-Fahrzeug-Gesellschaft) 사가 만든 롤란드 C II가 그것입니다. C II는 당시 대부분의 복엽기들--나무 뼈대에 캔버스 외피를 가진 멋쟁이들--과는 달리 목제 합판을 구부린 껍질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플라모델 사진이지만 C II의 내부를 잘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 ↓롤란드 C II 는 복엽기이지만 카반 지지대가 없고 윗날개가 동체에 직접 붙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덕분에 윗쪽 시야가 좋아서 싸울 때 유리하죠. 대신 아랫쪽 시야가 아주 좋질 않아서 착륙하기가 불편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 ↓"붉은 ![]() ↓C-II의 전형적인 모습. 조종사용 기총과 유럽전선풍의 위장도색을 볼 수 있습니다. 창문에 "커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는데, 실제로 많은 승무원들이 커튼 뿐 아니라 화분, 꽃병 따위를 유리창에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가슴 아픕니다.) ![]() C II가 모노코크로 만들어진 이유는 단순히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람이 날개를 동체로부터 찢어내려는 힘, 즉 시어링 shearing 에 강합니다.) C II는 당시의 프레임 방식 비행기에 비해 무겁고, 만들기도 힘든 편이였죠. 하지만 오늘날 모노코크 방식으로 제작된 물건들은 프레임 방식에 비해 가볍고, 바디를 단번에 찍어낼 수 있으므로 일단 생산라인을 갖추기만 하면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잇점이 있습니다. C II를 보시면 당시의 다른 비행기들과는 달리 둥그스름한 모양을 갖고 있고, 덕분에 "고래 (Walfisch)" 라는 별명을 얻었다죠. 따라서 모노코크 방식으로 제작된다는 지온공국군 모빌수트들이 둥그스름한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하면서 수긍을 하게 됩니다. ↓유리달님이 찍으신 지온 양산형 가족사진. 모두 둥글둥글합니다. ![]() 하지만 막상 모빌수트들을 벗겨 놓고 보면 의문이 생겨납니다. (아래 사진들은 모두 달롱님의 건프라 리뷰 사이트에서 모셔왔습니다.) ↓겔구그 ![]() ↓자쿠 II ![]() ↓걍 ![]() ↓돔 ![]() ↓즈고크 ![]() 이제부터 의문점들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면서 모빌수트의 모노코크식 제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죠. ------------------------- 1. "모노코크 방식이라더니 내부 골격이 있잖아?” 아닌게 아니라 모노코크는 구조물의 최외각(껍질)이 응력 지지구조이고 내부 골격이 없는 것이 특징. 모빌수트의 최외각은 장갑판이니 장갑의 아래에는 기관부만 있고 골격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럴때 도움이 되는것이 실존병기와의 비교이죠. 그런데 장갑판이 달린 실존병기라면 역시 전차인데, 아직까지는 전차 중에는 모노코크 방식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하지만 장갑차라면 있죠. ↓ 10인승, 15톤급 경장갑차 "골란." 이스라엘제입니다. 미군들도 이라크 등지에서 쓰려고 이것을 샀다고 합니다만... 모노코크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종래의 경장갑차에 비해 지뢰 등 차량 하부로부터의 폭발에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 사진에서 보시는 골란의 최외각은 장갑판이지 본체가 아닙니다. 모노코크 본체가 약 7톤 정도이고, 본체 위에 7톤 가량의 장갑판을 덧붙인 구조입니다. ↓ 반면 골란과 꼭같이 모노코크 내지뢰 장갑차인 "니얄라" 는, 추가장갑이 따로 없이 모노코크 동체가 아예 강철제 장갑입니다. ![]() 이로서 실존 장갑차의 경우 장갑 자체를 모노코크로 만들기도 하고, 모노코크 본체 위에 장갑을 붙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각 방식의 일장일단이 있겠죠? 골란의 추가장갑 방식은 내구성이 좋고 장갑 파손시 보수가 용이하며, 니얄라의 장갑바디 방식은 좀더 가볍고 제작이 간편할 것입니다. 건프라와 설정 등을 보면 모빌수트는 골란처럼 모노코크 본체 위에 장갑을 덧댄 방식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골격" 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모빌수트의 "본체"인 셈이죠. (하지만 옛날 건담 방영당시 선라이즈에서 공개한 건담, 자쿠의 내부구조의 그림은 분명 장갑바디 방식이었는데...) ------------------------- 2. "장갑 아래에 있는 것이 모노코크 본체라고 하더라도, 즈곡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모노코크같이 보이지 않는데? 모노코크는 (롤란드 C II 처럼) 좀 둥글둥글하고 밋밋한 구조 아니었나? 게다가 저건 지구연방 모빌수트와 별로 다르지도 않잖아?"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셋입니다. 첫째로, 현대식 모노코크 바디는 롤란드 C II처럼 단순한 형태가 아닙니다. 모노코크 바디는 통짜로 되어 있어 잡아찢는 힘에는 꽤 강하지만, 반대로 밖으로부터 찍어 누르는 힘 (압축) 에 대해서는 무척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죠. 일례로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수 있는 모노코크인 알루미늄 음료수 캔은, 잡아 찢기는 힘들어도 찌그러뜨리기는 무척 쉽습니다. 이때문에 승용차 등의 모노코크 바디를 만들 때에는 철판에 교묘한 요철 구조를 잡아서, 찌그러짐에 버티는 성질을 부여합니다. 덕분에 단면이 복잡해져, 한눈에 모노코크임을 알기는 어렵죠. ↓모노코크 승용차(재규어)의 바디. ![]() 두째로, 모노코크 조립에서도 가동부위는 통짜 제작이 아니라는 점.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쉽지요. 기관부를 제외하더라도 자동차의 경우 문, 후드, 부트 등이, 또 비행기의 경우 각종 제어표면이 가동부위입니다. 모빌수트의 경우 동체(토르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가동부위일 것이고, 이러한 가동부위 (팔다리 등) 는 모노코크 제작일 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죠. 이런 이유들 때문에 모빌수트가 모노코크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판별하려면 제조공정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에 나온 모빌수트들의 동체는 모노코크 구조임을 짐작하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걍 제외). 셋째로 연방 모빌수트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의문에 대해 답할 차례죠. 연방 모빌수트는 세미 모노코크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세미 모노코크는 모노코크 방식의 취약점, 즉 압축에 견디는 성질이 나쁘다는 것을 보완한 방식으로, 모노코크 구조에 보강구조 (주로 트러스 구조) 를 만들어 넣는 것입니다. 대형 여객기 등에 잘 이용되는 방식인데, 내부에 보강재가 들어가므로 모노코크에 비해 튼튼하기는 하지만 내부공간이 번잡하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죠 (또 공정도 복잡해집니다). 그점을 염두에 두고서 한번 볼까요? ↓세미 모노코크 방식 (건담). ![]() 팔다리야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보실 필요 없고, 동체, 그것도 흉부만 보시죠. ![]() 세미 모노코크의 특징인 트러스 강화구조가 눈에 뜨입니다. 건담의 경우 강화구조가 모노코크 껍질 안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껍질을 둘러싸고 바깥에 있다는 특징이 있군요. 모노코크 구조 내부공간을 확보하는데도 좋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에도 강한 좋은 설계입니다. ------------------------- ↓건담 마크 투 (무바블 프레임 방식) ![]() 3. "1년전쟁 모빌수트들도 벗은 몸은 무바블 프레임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모노코크/세미 모노코크 모빌수트와 무바블 프레임 모빌수트는 어떤 차이가 있나?" 지금까지 보셨듯 모노코크, 세미 모노코크는 주로 동체 제작에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연방, 지온 모두 모빌수트를 제작할때는 대충 다음과 같은 순서/구조로 만들었죠: -조종석, 파워플랜트(핵융합로와 발전기) 등이 들어있는 동체--모노코크 또는 세미 모노코크. -팔, 다리 등의 뼈대에 해당하는 프레임 -프레임 위에 설치된 각종 기능성 부품 (구동계, 센서 등) -이 모든것을 감싸는 장갑판 일년전쟁 도중 등장한 연방의 "건담"을 필두로, 메가빔 장착 모빌수트가 일반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메가빔 직격에 견딜수 있는 장갑은 없으므로, 피탄될 경우 장갑은 물론 그 하부구조(본체)까지 전부 손상을 입게 됩니다. 결국 모빌수트의 장갑은 차츰 메가빔이 아닌 재래식 무기(폭약, 총탄 등)에 대한 방책으로 전락하고, 빔에 대항하는 방법은 선제공격과 회피 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메가빔을 편향시키는 I-필드 등의 방법도 있습니다만, 모빌수트에 표준장비할만한 물건은 아니죠.) 일년전쟁 종전 후 개발된 "무바블 프레임"은, "모빌수트에게 장갑은 별 소용이 없다" 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종래의 모빌수트에 비해 장갑이 적고 움직임이 좋다는 특징이 있는 무바블 프레임 방식 모빌수트는, 대충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조종석, 파워플랜트 등이 들어있는 동체 (제조 방식은 여러가지) -구동계를 비롯한 각종 기능성 부품들을 짜넣은 팔다리의 프레임 -유지보수의 용이를 위해 프레임 위에 설치되는 소수의 부품 (추진제 탱크, 내장무기 등) -피탄 가능성이 높거나 중요한 부위에만 입혀진 최소한의 장갑판 즉 종래의 모빌수트는 프레임이 단순한 응력 지지구조였던 것에 반해, 무바블 프레임식 모빌수트의 프레임은 프레임 그 자체가 기능적으로 거의 완전한 모빌수트입니다. 하지만 구동계 부품이 프레임 위에 입혀져 있든 프레임 안에 짜넣어져 있든 간에, 비전문가가 보기에 외견상 차이는 미미하겠죠. 사실상 모빌수트가 무바블 프레임 방식인지 아닌지를 눈으로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움직임을 보는 것일 것입니다. ↓혹자는 장갑의 양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같은 무바블 프레임 방식 MS라도 용도에 따라 장갑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확실한 방법은 아닐듯 합니다. (뒷쪽, 특히 발목의 장갑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주장도...) ![]() ![]() ----------------------------- 4. "애당초 지온과 연방은 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모빌수트를 만들었을까?" 건담 용어 해설집을 보면: "모노코크 방식의 장점은, 세미 모노코크 방식에 비해 가볍고 구조 내부의 유효공간이 넓으며 양산화가 용이하여 생산성이 좋다는 것이다." "세미 모노코크 방식의 장점은 장갑판의 분할이 쉬워 파손시 교환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장갑판의 분할.... 이것은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이군요. 모노코크 방식이 압축력에 약하다는 것은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모노코크가 모든 방향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전부 약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둥그스름하게 만들어진 모노코크는, 어떤 특정 방향으로부터 가해지는 압력에는 무척 강합니다. 롤란드 C II의 경우 동체와 일직선상으로부터 가해지는 압력에는 무척 강하고, 음료수 캔도 윗쪽으로부터의 압력에는 제법 견디며, 달걀 껍질 (천연 모노코크!) 도 위아래로 가해지는 압력에는 엄청나게 강합니다. 반대로 그 직각방향에서 가해지는 압력 (캔, 달걀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에는 어처구니없이 취약하죠. 이때문에 모노코크 제작시에는 취약한 방향으로부터의 압축에 대한 내성을 개선하는 리빙 ribbing* 등의 가공법이 들어갑니다만, 그래도 약합니다. 특히 한 점에 집중되는 압력에는 극히 취약해서, "벅클링 buckling (껍질이 움푹 들어가는 것)" 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 (*드럼통의 가로 줄무늬들이 리빙의 일례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나온 제작법이 바로 세미 모노코크 방식입니다만, 또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모노코크 구조 위에 또 다른 모노코크 구조를 입히되, 압축에 취약한 방향을 서로 엇갈리게 하면 되는 것이죠. 모빌수트의 경우, 본체위에 입히는 장갑판을 모노코크 구조로 하면 되는 것입니다. ![]() 일례로 위 달롱님 사진 중 자쿠 II 바디의 흉부를 보시기 바랍니다. 저런 형태의 모노코크 바디는 앞뒤로 가해지는 압력에는 무척 강하지만, 옆으로부터의 압축에는 비교적 약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 위에 입히는 장갑은 옆으로부터의 압력에 강하도록 디자인되어야 할 것이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모노코크 바디 위에 입히는 장갑은 역시 모노코크 구조로 만들어져야 하며, 그말인즉 통짜로 찍어낸 곡면형 장갑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갑을 분할할 경우엔 바디와의 압축력 상쇄효과가 없어지겠죠. 반면 세미 모노코크는 소체(바디)가 내압축성이 좋으므로 장갑을 잘게 나누어 붙여도 상관없습니다. 또 장갑이 곡면일 필요도 없죠. 이제 그런 일장일단이 있음은 알았습니다만, 아직 "왜~?" 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았죠. 지구연방의 모빌수트는 애당초 노획된 자쿠를 참고로 개발된 것입니다. 템 레이를 비롯한 연방의 기술진은, 자쿠의 모노코크 바디의 일장일단을 검토하고 나서 "우리는 세미 모노코크로 간다" 라고 결정한 것이죠. 왜 그랬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전부 가설에 불과합니다) 일년전쟁 무렵, 연방의 과학기술은 모빌수트 개발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지온공국보다 앞서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전함포인 메가빔포를 보병로봇 휴대용으로 만들만큼, 소형화에는 일가견이 있는 연방 기술자들이죠. 모빌수트의 파워플랜트인 핵융합로 역시, 지온의 것보다 연방의 것이 더 소형이고 고성능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온 모빌수트의 내부공간이 더 커야 했었슴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원래 우주용으로 개발된 지온 모빌수트이니, 추진재(프로펠란트)를 싣기 위한 공간을 고려했을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자쿠의 개발은 남극조약 이전, "V" 계획 모빌수트의 개발은 그 이후라는 점에 주목할 수도 있습니다. 즉 자쿠는 핵무기가 사용되는 환경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MS라는 것이죠. 자연히 본체 내부에 방사능 차폐재를 넣을 공간을 확보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지온이 모노코크 구조를 선택한 이유는 될수 있어도 연방이 세미 모노코크를 선택한 데에 대한 설명은 아닙니다. 연방도 기왕이면 넓은 구조가 좋지, 메리트도 없이 일부러 좁은 구조(세미 모노코크)를 택하지는 않았겠죠. 세미 모노코크의 메리트라면 역시 압축에 견디는 힘인데, 모빌수트에 가해지는 압력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것은 바로 모빌수트의 펀치 공격일 것입니다. ![]() ![]() "모빌수트전의 기본은 백병전이다!" 라는 지온 노병의 말도 있듯, 사람처럼 팔다리가 달린 보병로봇을 이용해 싸우게 된 지온의 병사들은 MS의 근력(?)을 활용해 싸우는 것을 무척 선호했던 모양입니다. 전차, 전투기 등으로 싸워야 하는 연방군에게, 거대 로봇의 육박전 공격은 참으로 두려운 것이었을 테죠. 강철로 만든 주먹에 수십 톤의 동체질량을 담아 날리는 일격은, 건물 철거용 해머만큼의 위력이 있을 것입니다. 지온도 백병전의 효력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MS-05 자쿠와 그 개량형인 MS-06의 (외견상) 가장 큰 차이는 다름아닌 백병전용 쉴드와 돌격용 스파이크. 아마도 언젠가 등장할 연방의 모빌수트와의 싸움을 예상하고 만든 듯한 이 무장들은, 대단히 효과적일 수 있는 무기였습니다. (MS-06의 총중량은 약 70톤. 지상에서는 시속 88킬로미터로 달릴 있는 자쿠 II가, 약 시속 50킬로미터의 속도로 돌격하여 어깨 스파이크를 적에게 부딛혔을 경우, 약 6,665,400 쥬울의 운동에너지--고폭탄의 폭발력에 맞먹는 위력--가 날카로운 스파이크의 끝에 집중됩니다.) ![]() ![]() 이처럼 자쿠의 주먹과 발길질에 시달리고 있던 연방이 V 계획 모빌수트들에게 자쿠 펀치를 견딜 능력을 주고 싶었던 것은 당연. 실제로 극중에서 건담 등의 연방 모빌수트들은 킥, 펀치 등의 공격에 꽤 잘 버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억측을 조금만 더 계속하자면... 건담 출현 이후 지온 기술자들은 "찌그러뜨릴수 없다면 꿰뚫고 자른다!" 라는 생각을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기 지온 모빌수트들에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것들이 많은것도 그때문이 아닐지...) 하지만 1년전쟁 말엽, 연방의 GM, 지온의 겔구그 등 양산기들이 백병전용 표준장비로 빔무기 (빔세이버, 빔 나기나타 등) 를 갖게 되므로써 연방의 세미 모노코크 방식이 갖는 내구성 상의 우위는 큰 의미가 없게 됩니다. 백병전용 빔무기의 거대한 위력은, 모빌수트의 내구성 = 생존성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리면서, 펀치, 킥 등의 타격을 견디며 싸우는 내구전을 오직 빠르고 정확한 모빌수트만이 살아남는 참즉사斬卽死의 사망유희로 바꾸어 놓은 것이죠. 따라서 일년전쟁 이후의 모빌수트에서는 그 구조가 모노코크냐, 세미 모노코크냐 하는 것은 단지 공정상의 차이일 뿐 큰 의미가 없게 되고, 모빌수트의 구조를 구별할 때에는 단지 그 움직임이 얼마나 좋으냐, 즉 재래식이냐 무바블 프레임이냐 (또는 사이코 프레임이냐) 만을 언급하게 되는 것입니다. --업데이트: 이제는 용어가 바뀌어서, 모빌수트의 구조를 말할때 "(세미-)모노코크 프레임" 이라고 지칭한다고 합니다. 모노코크/세미모노코크는, 외부 장갑이 아니라 그 아래의 프레임의 구조를 지칭하는 것이다, 라고 못박은 것이죠. 70년대의 "장갑바디" 투시도 그림은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랄까요. ------------------------------ 부록: 모노코크 잠수함 만들기! 지온의 모빌수트 중에서도 수륙양용 해병대 모빌수트들은 잠수 기능이 있으므로 수압에 견뎌야 합니다. 하지만 지온의 모빌수트 건조 방식은 모노코크, 이것이 외압에 약하다는 것은 이제 지겹도록 들으셨을 테죠. 지온공국의 기술자들이, "모노코크 이면서도 수압에 강한 모빌수트를 어떻게 만들까?" 라는 문제에 대해 내놓은 답들은, 정석대로입니다: 1) 가능하면 구형에 가깝게 만든다. -- 모노코크는 그 곡면의 디자인에 따라 외부로부터의 압력을 분산시키는 성질이 다릅니다. 자쿠처럼 앞뒤가 납작한 것 보다는, 두리뭉실한 구형 디자인이 압력에 견디는 능력이 더 좋지요. ![]() ![]() 2) 선체를 두껍게 만든다. -- 육상/우주용 중에서도 큰 편인 돔이 81톤인데 비해 앗가이 120톤, 곡그 159톤. 수륙양용중 비교적 소형인 즈곡크도 96톤으로 무거운 편입니다. 모두 수압에 견디기 위해 동체구조가 두껍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과도기 디자인인 앗가이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온은 자쿠를 개조해서 해병용 모빌수트로 쓰려다가 재미를 보지 못하고, 본격적인 수륙양용 모빌수트를 개발하게 되죠. 이 때 제대로 된 잠수정 모빌수트인 곡그 (MSM-03), 그리고 임시방편으로 만들어낸 "간이" 수륙양용 모빌수트인 앗가이 (MSM-04) 를 함께 개발하게 됩니다. 앗가이는 자쿠의 동체를 기본으로 수압에 견딜수 있도록 수중용 장갑을 덧씌운 것이라, 껍질을 벗겨보면 안에 자쿠의 동체가 들어있습니다. 얼마전 발매되어 큰 인기를 끈 MG 앗가이 킷에 이것이 잘 재현되어 있죠. ![]() ↓콕핏과 파워플랜트는 자쿠의 것을 쓰고 있습니다. ![]() ↓앗가이의 몸 속에는 자쿠의 가슴이...! ![]() ↓압력을 견디기 위한 트러스 보강의 이차골격. ![]() ------------------------------ 왠지 결론이 없는 글이 되어 버려서 죄송합니다만, MG급, PG급 건프라를 만들면서 "아항, 요기가 모노코크구만" 하는 재미도 나름대로 솔솔하기 때문에 한번 읊어 봤습니다. 일년전쟁 이후, 무바블 프레임 개발 이전에 나온 모빌수트들 중 지온계와 연방계의 혼혈 (하이잭, 릭디아스, 게베라 테트라 등) 들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 또 액시스의 모빌수트--특히 큐벨레이--나 리노베이션 모빌수트 (가즈R/L) 는 는 어떤 구조일까 등의 의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추론을 펴고자 시작한 포스트인데, 막상 써놓은 것을 읽어보니 너무 사견이 많은 듯 해 뒷부분은 왕창 지웠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훨씬 더 길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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