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터 (1)

↑ 비디오 게임 "수퍼로봇대전"에 출연했던 로봇, "그랑존." 동력원으로 축퇴물질(蹴退物質)의 거대중력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건버스터"와 비슷합니다만, 이 축퇴물질 자체를 무기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무척 악마적인 로봇입니다. 혹시 건버스터나 축퇴가 뭔지 모르신다면 여기로.


로봇물 SF 아니메/만화의 주연급 로봇들은 내세울만한 장기 하나둘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손상부위가 재생되는 괴력 로봇 "강가", 독립 연동식 설계로 팔다리를 좀 잃어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 "철인 28호",
인간 마음속의 선악을 가려낼 수 있는데다 10만 마력의 출력을 낼수 있다는 "아톰", 그리고 자력(磁力)에 의해 지탱되는 사이보그 로봇 "지그" 등. "강철의 성" 마징가의 경우 전신에 숨겨진 무서운 무기들도 있지만, 막상 헬박사가 가장 탐냈던 것은 그 힘과 강인함의 근원이였던 "초합금 제트" 였죠.

↑ "당신은 악한 사람이에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병아리 감별하듯 가려낼수 있다는 철완 아톰. 아톰 자신이 그 사실에 대해 아무 의문을 품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로는 로봇물 사상 가장 두려운 로봇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로봇들을 장기별로 대충 구분해 보면, 강력한 무기나 뛰어난 격투 실력 등을 특기로 하는 기교파, 절대 부서지지 않는 견고함을 자랑하는 철옹성파, 그리고 거대한 힘과 지칠줄 모르는 끈기 자체가 특기인 스태미너파 로봇 등으로 나뉩니다.
(65만 마력의 광자력 엔진과 초합금 제트 재질, 거기에 전신무기까지 가진 마징가 제트는 세 분야에 모두 뛰어난 로봇인 셈입니다.)

이중에서도 스태미너파는 기교파처럼 화려한 필살기로 악을 일섬하거나 철옹성파처럼 무적의 강인함을 자랑하진 않지만, 자기보다 몇배나 큰 적에게 맞서 꿀리지 않고 싸우는 근성과 감투 정신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타입입니다.

스태미너파 로봇의 특징이라면... 주인공이 스포츠 소년이라든지, 아니메가 전반적으로 땀내 난다든지 하는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로봇의 동력원이 남달리 대단한 것이라는 점일듯 합니다. "출력 10만 마력" 운운하며 구체적인 수치로 압도하기도 하고, "이데의 힘", "오라 파워" 등 정체를 알 수 없는데서 오는 신비로움 등으로 그 저력의 끝없음을 어필하는 경우도 있죠. 사실 굳이 근성파 로봇이 아니더라도, SF 아니메에 나오는 수많은 로봇들의 힘의 근원을 살펴보면, 당시 사람들이 미래의 과학기술에 대해 품고 있던 꿈, 희망 등이 보이는 듯 하여 재미있습니다.

저패니움이라는 광물에 특정 방사선을 주사(注射)하여 발생시키는, 좀 위험할듯한 에너지 "광자력."
태양의 빛에 내포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환경친화적 로봇 다이탄 3.
프리드별 우주인들과 지구인의 양자론적 견지가 서로 완전히 다름을 암시하는 이름을 가진 "광양자 에너지" (그렌다이저).
인간의 정신력을 로봇의 동력원으로 쓴다는 섬뜩한 에너지인 "오라 파워" 등등.

↑ 눈에서 광자력 빔을 발진하는 미네르바 엑스. 에너지원으로도, 파괴무기로도 활용도가 높은 것이 광자력인가 봅니다. 미놉스키?


↑ 이쪽은 "광자력 미사일." 현실에도 이처럼 장갑 재료로도 쓰고 에너지 생산에도 이용, 게다가 미사일에 넣어 발사할 수도 있는 물질이 있으니, 바로 우라늄입니다. 혹시 "광자력" 이란 이름은 진실을 왜곡하는 이름이 아닐지?


그밖에도 "게타선"에너지, 초전자 에너지 등 SF 로봇들은 참 환상적이고도 다양한 동력원을 갖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방식으로 동력을 생성하는지, 또 이 동력이 어떻게 로봇의 팔다리를 움직이고 무기를 가동시키는지 짐작이 어려운 것들이 많지요.

↑ "버텨라!" 충전된 에너지를 소모하여 적의 공격을 견디는 타입인 외계인의 로봇 "캉타우." 이정문 선생님의 SF 로봇입니다. 캉타우를 만든 외계인들은, 벼락의 에너지를 그대로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캐패시터 (=콘덴서) 를 만들줄 압니다. (우리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에너지 걱정은 끝일 텐데...) 그들의 문명은 이처럼 벼락에서 얻어지는 전기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 때문인지 캉타우의 동력원은 충전식 캐패시터 (또는 전지) 뿐이고 별도의 발전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방식은 SF 로봇중에서는 대단히 특이한 타입인데, 에반게리온도 외장전력과 더불어 내장식 충전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는 몇분도 견디지 못하는 비상용 동력원에 불과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제가 우리나라 로봇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 캉타우. 태권브이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던 것이 "기동전사 건담" 을 필두로 SF 로봇물에 보다 높은 현실감을 불어넣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로봇들의 동력원도 좀더 현실에 가까운 것들, 즉 내연기관, 전기, 핵발전* 등이 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건담 등의 모빌수트들은 모두 "핵융합 반응" 에서 얻어지는 전력을 이용해 움직이죠. 건버스터 등의 블랙홀 엔진 (축퇴로) 도 나름대로 이론적인 기반이 있는 물건이고 에반게리온의 외장전원도 그럴싸했습니다만, 실제 출력까지 기재되어 있는데다 쩍하면 유폭을 일으켜 펑펑 터지는 모빌수트의 핵융합로는 무척이나 리얼했습니다.

(*"핵발전이라면 리얼로봇 이전에도 많이 찾아볼수 있는데?" --아톰, 쟈이안트 로보 등 까마득한 선배 로봇들의 동력원이 핵분열식 원자력 발전이긴 합니다만, 그들 SF 작품이 만들어지던 당시엔 이것이야말로 하이테크의 극치였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핵분열을 보는 견지와는 많이 다르지요.)

↑ 건담에 나오는 미놉스키-이오네스코 반응. "헬륨-3" 이라는 헬륨의 희귀 동위원소를 중수소와 융합시켜, 보다 안정적인 헬륨-4와 양성자 한개를 생성하는 반응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13.85 메가전자볼트. 이 "전자볼트"라는 것은 에너지의 단위로, 1 볼트 X 전자 한개의 하전량입니다. 1 전자볼트는 1.60218 x 10^(-19) 쥬울이니까 그 1,000,000배인 "메가"전자볼트도 사실 아주 작은 에너지입니다만, 이것이 모이면 거대한 에너지가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우라늄-235 원자 한개가 분열할때 분출하는 에너지는 200 메가전자볼트.

"미놉스키-이오네스코 방식 열핵융합 반응로" 에서 얻어지는 전력이 모빌수트의 팔다리를 움직이고 추진 모터와 무기인 입자빔 발사기를 가동시키므로, 융합로는 모빌수트 테크놀로지의 핵심을 이루는 부품입니다. 특히 "더블제타건담" 아니메에서는 무척 강력한 반응로를 가진 로봇(더블제타건담)을 주인공 메카로 등장시키면서, 반응로의 출력이 곧 모빌수트의 전투력인양 우열 매기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더랬습니다.

7.3 메가와트급 반응로를 가진 MSZ-010 "더블제타건담." 월성 1호 원자로의 출력(70 메가와트) 의 10분의 1 정도의 출력이군요.

덩치는 두배, 출력은 세배! 이쪽은 출력 21.4메가와트의 NZ-000 "퀸만사".참고로 더블제타에 나오는 모빌수트들의 출력은 건담의 셰계에서도 으뜸입니다만, 실존병기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출력 220 메가와트급 원자로를 갖고 있죠. 하지만 출력이라는 것이 기계의 덩치를 움직이기 위한 힘임을 생각해보면, 출력 그 자체보다는 덩치에 비해 출력이 어느정도인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출력을 중량으로 나눈 값이 클수록, 힘이 넘치는 기계인 셈이죠. 계산을 해보면, 더블제타가 7300/68.4 = 106.7 으로 가장 높고, 퀸만사는 21400/264.7 = 80.9, 오하이오급 공격잠수함은 220000/18750 = 11.7, 모빌수트와는 상대도 안되게 낮은 값입니다.

우주 공간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탈것인 모빌수트에게 있어서, 핵융합 발전은 꽤 좋은 동력원일 것입니다 (한편 현실속의 우주선들은 수소 연료전지나 RTG--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발전--따위의 초라한 동력을 사용합니다). 핵융합은 반응에 산소가 필요하지도 않고, 한번 반응이 시작되면 연료 보급 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또 핵분열식 원자로와는 달리 방사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승조원에게도 안전합니다.

현실의 탈것에 쓰이는 동력원 중에 이에 비길만한 것은 군함, 특히 잠수함에 많이 쓰이는 핵분열식 원자로 정도일 것입니다. 이것들도 산소가 필요 없고 연료보급 없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좋습니다만, 반응 연료로 방사능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민폐입니다. 성능은 비슷할지 몰라도 안전성과 편리함에서는 핵융합로에 크게 뒤지는 물건이죠.


↑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688")급 공격잠수함의 도면. 그림 왼쪽의 7번, 8번방이 기계실입니다. 특히 원자로가 있는 7번방은, 선체의 한가운데 위치한 가장 튼튼한 격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만, 바로 옆이 식당이군요. ; 참고로 이런 688급의 잠수함에 탑재된 원자로인 S6G형의 출력은 120 메가와트. "왜 신형인 로스엔젤레스급의 출력이 구형인 오하이오급의 절반인가?" -- 덩치가 절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688급의 중량은 약 7000톤.



↑ 오하이오급("726", 위)은 전략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 즉 SSBN이고 로스엔젤레스급("688", 아래)은 토마호크 미사일과 어뢰를 주무기로 하는 공격잠수함, 즉 SSN입니다. 선체 길이만 해도 오하이오급이 60미터가량 더 깁니다.

하지만 실용 핵융합의 개발은 더디기만 합니다. 잘하면 우리 생전에 실용화를 볼 수 있는 단계까지는 연구가 진행되어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관계자들이 하는 말들이 하나같이 자신없는 소리인 것을 보면 아직도 요원한 모양입니다. 이상하죠? 핵융합을 이용한 파멸무기인 수소폭탄은 이미 개발이 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핵분열의 경우 먼저 (페르미가 1942년에) 원자로를 만들고 그 다음에 폭탄("트리니티", 1945년)이 개발되었는데, 핵융합은 벌써 폭탄("소시지", 1952년)까지 만들었다면 융합로를 아직도 못 만들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요?

이어지는 포스트에서는 핵융합 반응,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발전에 대해 좀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관심 없으시다구요?
by Werdna | 2007/05/23 08:07 | 공상과학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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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headadv at 2007/06/16 22:35
맵스에는 광자량 엔진이라는 더더욱 알수없는 물건도 나오더군요...
Commented by Werdna at 2007/06/17 13:47
달소년님 // 광량자를 잘못 쓴게 아닐까 싶은 이름입니다 -_-;
Commented by 애쉬 at 2009/06/05 09:42
동력원 비교에 에바는 좀 예외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에바의 동력원은 에바를 움직이기 보다는 에바의 구속구를 해방시키는 에너지일듯합니다...
에바는 부리기에 심각하게 위험한 생물(?)에게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구를 씌우고(수술해넣고)
부리는...것 같은 설정이라 그리 보입니다.
작동시간 한계가 지나면 구속구를 중립화 시키던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구속구는 디폴트 상태인 구속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럼 에바는 뭘 먹고 클까요? 아마도 기지에 대기중인동안 링거 같은 형태로 포도당이라도 공급받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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