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녀석은 엣찌한 미이라입니다만, 이 포스트는 이름이 엣찌인 미이라에 대한 것입니다. 엣찌, 엣찌 듣기 싫으시겠습니다만... Ötzi를 읽으면 정말로 "엣찌", 또는 "왰찌" 거든요. 아뭏든 오테지는 아닙니다! 오늘 인터넷에 오테지라는 미이라가 발굴됐다고 해서, 저는 또 새로운 고대 미이라가 발견된 줄만 알고... 알고보니 잘못 옮겨쓴 것이더군요. 엣찌는 알프스의 엣짤(Ötzal)라는 곳에서 발견된 미이라입니다. 무려 5000년 묵은 것인데 상태가 아주 좋아서, 발굴 당시 고고학계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녀석이죠. 미이라라는게 결국 오래 묵은 시체니까, 쪼끔 싫으실 수도 있는 사진들이 한두개 나옵니다. 그래서 일단 가려둡니다. 엣찌가 발견된 곳은 이태리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지대, 알프스의 빙하 속이었다고 합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그 안에 박혀있던 시체가 드러났기 때문에 발견될 수 있었던 거죠. ![]() 1991년 엣찌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엣찌가 현대인의 시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상태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구경꾼들이 엣찌의 옷가지를 기념품이라고 가져가기도 하고, 엣찌의 발굴을 고고학자가 아닌 경찰이 수행하는 등 황당한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도끼와 곡괭이로 대충 발굴. 엣찌의 골반에 난 구멍은 그때 생긴 거라죠). ![]() 하지만 엣찌를 오스트리아 인스브룩의 시체 안치실로 운반하여 검사를 해 본 결과, 이 시체는 법의학이 아니라 고고학의 영역에 속한 물건임이 판명되었죠. 엣찌는 기원전 3300년경에 살았던 사람으로, 나이 약 45세, 체중 50킬로그램에 키 165센티미터 정도의 남성이었죠. 일차 검시(?) 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어깨에 화살을 맞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었습니다. 엣찌에게 엑스레이와 CT스캔을 해보니 어깨에 화살촉이 박힌 자리가 있었거든요. 또 외투의 어깨부분에 구멍도 나 있었구요.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화살촉은 사망 전에 누군가가 상처로부터 빼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엣찌가 죽어 있는 자세가 굉장히 이상한데, 이 자세는 엣찌가 죽기 전에 어깨로부터 화살을 빼내기 위해 취한 자세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죠 (엎드려서, 손을 어깨쪽으로 향하고 있는 자세). ![]() 엣찌는 화살에 맞았을 뿐 아니라 머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고, 또 온몸이 멍과 베인 자국 투성이였습니다. 특히 손바닥, 엄지 두덩 부근에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게 베인 자국이 있었는데, 이 상처가 아물기 전에 엣찌가 죽었죠. 게다가 엣찌의 옷과 단검에는 엣찌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혈액이 묻어 있었슴이 DNA 검사결과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5000년 전의 혈투! 랄까요. 엣찌가 갖고 있던 장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주목(朱木)으로 만든 장궁. 2. 산양 가죽으로 만든 화살통. 3. 화살 열 네개 (화살촉까지 붙어 있는 것은 그중 두개뿐). 4. 구리로 만든 도끼. ![]() 5. 부싯돌로 만든 단검과 나무껍질을 엮어 만든 칼집. ![]() 6. 부싯돌을 갈기 위한 도구 (즉 숫돌이죠). ![]() 7. 낙엽송으로 만든 목재 배낭. 8. 아이벡스의 뼈 (아이벡스는 뿔이 큰 산염소입니다). 9.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원통 두 개. 10.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벨트쌕. 11. 흰색 대리석 구슬과 가죽을 꼬아 만든 줄로 이루어진 장식술. 12. 가죽끈에 꿴 자작나무버섯 두 개 (우리가 상황버섯, 아님 말굽버섯이라고 하는 종류인 것 같은데... 엣찌 시절의 사람들도 이미 이것의 약효를 알고 있었다는 거죠). ![]() 13. 기타 잡다한 도구들. 사진에서는 올누드입니다만, 이름과는 달리 (죄송) 엣찌는 벌거벗은 채 발견된 게 아니었습니다. 엎드린 채 죽은 엣찌의 등짝은 완전 헐벗은 상태였습니다만, 옷의 앞부분은 상당히 좋은 상태로 살아남았죠. 엣찌의 옷을 살펴볼까요? 1. 신발. 엣찌는 오른쪽 발에만 신발을 신고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죠. 그 신발은 곰, 영양, 송아지 등 여러가지 동물들의 가죽을 가지고 만든 가죽신발이었고, 발목에 닿는 부분에는 털이 달려 있었습니다. 가죽끈으로 졸라 매도록 되어 있었구요. 2. 염소가죽으로 만든 외투. 3. 곰가죽으로 만든 모자. 4. 염소가죽으로 만든 각반 (레깅스). 5. 염소가죽으로 만든 무지기 (무지기라는 우리말이 더 생소하군요 ^^; 훈도시, 샅바 비슷한 건데 좀더 원시적인... 그러니까 딱 앞에만 가리는 물건입니다). ![]() 이런 거죠. 6. 풀을 엮어 만든 망토(?). 망토라기보단 우리가 "거적데기" (...) 라고 부르는 물건에 가깝습니다. 눈과 비를 막기 위해 두르는 물건인데, 이것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보시죠. ![]() 완연한 각설이의 모습. 5000년 전이라면 고조선 건국보다도 이른 옛날이긴 합니다만,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등지에서는 이미 세련된 문명이 꽃피고 있던 시절이기도 하죠. 그것에 비하면 앳찌는 사실 촌놈입니다. 엣찌는 고대 전사답게 수많은 문신을 갖고 있었는데, 이 문신들은 등, 무릎, 발목에 집중되어 있었죠. 그런데 방사선 촬영에 의해 엣찌의 등, 무릎, 발목에 관절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문신들은 고대의 의료행위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 엣찌의 문신들. 단순한 선과 점들의 배열입니다. 방사선 검사와 부검을 통해 엣찌가 죽기 전에 뭘 먹었는지도 밝혀냈습니다. 한끼는 영양의 고기를, 또 한끼는 순록의 고기를 먹었는데 이때 외알밀로 만든 빵도 같이 먹었다는군요. 또 편충에 감염되어 있었는데, 편충은 대개 오염된 곡식을 먹음으로써 감염되는 기생충이죠. (그러고보니...요새는 학교에서 기생충검사 안하나요?) ![]() 사람의 섭생을 통해서 그가 어디 출신인지를 밝혀낼 수 있다는 걸 아셨나요? 엣찌의 치아 에나멜층을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해 보니, 엣찌는 오늘날의 이태리 벨투르노 지방에 해당하는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중에 거기서 북쪽으로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계곡으로 이사해서 살았다고 합니다. 셜록 홈즈가 울겠군요. ("이건 초보적인 게 아닐세, 왓슨 군.") 사진을 보시면 엣찌는 임호텝마냥 스킨헤드인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래도 머리카락이 있기는 했던지 머리카락의 분석도 했습니다. 엣찌의 머리카락에는 구리 금속입자와 비소 입자가 묻어 있었는데, 이로부터 엣찌의 직업이 구리 제련사였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죠. 게다가 엣찌의 도끼는 순도 99%의 구리로 만들어져 있었다고 하니까요. 계급은 전사, 직업은 대장장이인 셈인데... 아직 구리도끼밖에 못 만드는 걸 보면 열심히 안 하나 봅니다. (이건 비디오게임에 관련된 농담입니다. 죄송) 이처럼 엣찌의 신상정보를 상세히 알수 있는 것은 현대의 고고학/법의학의 수준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만, 엣찌의 보존상태가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어 빙하가 많이 녹으면, 엣찌만큼 좋은 고고학적 샘플들이 많이 발견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사양하고 싶네요. 생각해보면 만성절 특집으로 나갔더라면 좋았을 포스트, 한발 늦게나마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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