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虛)스토리 채널: 기동전사편
(차분하고 굵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 목소리로 나레이션)

문조 독립전쟁, 지온의 봉기, 1년전쟁 등의 이름으로 알려진 우주세기 0079년의 대전쟁은, 인류 역사상 단일 사건으로서는 가장 파괴적인 것이었습니다.

또 인간에 의한 파괴 행위가 자연재해, 아니 천문학적 사건에 비길수 있을 만큼 처참하고 거대해지므로써, 살아남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점에서도 괄목할 만 합니다.


↑ "하늘이 떨어진다!" 파괴된 인간, 치킨 리틀 로자미아 바담.


그러나 1년전쟁에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낙하하는 콜로니도, 콜로니 내부에 살포된 독가스도 아닌 일인승 기동병기, 소위 모빌수트라는 무기였습니다.
(오프닝 시그널과 함께, 타이틀 나감)




우주세기 이전에도 인간이 우주공간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인 EMU, 즉 우주선외 기동장치는 존재했습니다. 생명유지장치와 극소형 아포지 모터들이 달린 서력 20~21세기형 EMU는, 착용자가 생명줄 없이도 짧은 시간동안 진공의 우주공간에 머무르며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우주세기의 도래와 함께 수많은 우주 콜로니들이 건설됨에 따라, 인간이 우주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일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구형 EMU는 점차 기능이 좋은 것으로 발전하고, 그것은 곧 보다 무거운 중량물을 취급하기 위해 외골격 및 서보가 달린 강화작업복으로 발전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모빌수트의 조상인 모빌워커입니다.

모빌워커에 점차 다양한 기능이 첨가되면서 그 크기도 점점 커지고, 힘도 더 센 물건이 나왔습니다. 모빌워커가 우주공간에서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것을 전쟁무기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지구연방군 쪽이 먼저였죠.

그러나 거추장스러운 동력계, 허술한 강화골격, 그리고 무엇보다도 굼뜬 반응속도를 가진 모빌워커를, 날렵하고 강한 전쟁무기인 모빌수트, 즉 기동전사로 바꾸는데 성공한 것은 사이트 3, 문조 쪽이 먼저였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사이트 3의 과학자로서 모빌수트 프로그램의 수석연구자였던 미놉스키 박사의 공헌이 지대하였습니다. 가상입자와 기본입자 양쪽의 성질을 가진 "M입자" 의 존재를 예측해내고 그것을 실제로 발견해내 소위 미놉스키 물리학의 시조라 불리우는 미놉스키 박사는, 자신이 고안해낸 초소형 핵융합반응로를 모빌수트에 탑재하므로써 동력원의 문제와 반응속도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데 성공하였던 것입니다.

동력원에서 얻어지는 전력을 전동식 액츄에이터에 전달해 팔다리를 구동하는 방식이었던 당시의 모빌워커와는 달리, 미놉스키식 융합로를 탑재한 모빌수트들은 융합로로부터 발생하는 임펄스를 직접 주요 구동계로 전달하므로써 작동하는 소위 유체펄스 방식의 구동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유체펄스 구동계는 20세기의 하이드라울릭, 즉 유압식 액츄에이터와 그 원리는 유사하지만, 더 강력하고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어 모빌수트의 구동원리로 이상적이였습니다.

이로서 모빌워커보다 더 강한 힘과 더 민첩한 움직임을 갖게 된 모빌수트는, 인간의 열배에 가까운 크기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기민한 동작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파생된 것이 그때까지는 인간만의 점유물이었던 "능동질량 균형식 자세제어", 소위 앰백(AMBAC)이라는 이름의 자세 제어방식이었죠.

임펄스를 구동계로 전달해 주는 회로를 만드는 기술도 점차 발전해서, 현대식 모빌수트는 대부분의 임펄스 콘두잇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프레임에 잘 짜맞춰져 있습니다만, 모빌수트의 실용화 초기에는 강렬한 유체펄스의 흐름에 견디기 위해 겉을 강화재로 둘러싼 두꺼운 파이프들이 동체의 밖으로 노출된 모빌수트들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차량광택제 중간광고 삽입, 10분동안 줄기차게)


앰백이란 무엇일까요? 기동전사는 "전투기와도, 전차와도, 전함과도 다른 무기" 라는 평을 들을 만큼, 그것들과는 획기적인 차이가 있는 무기였습니다.

초소형 핵융합로를 동력원으로, 거기에서 발생하는 동력을 유체펄스라는 형태로 각 구동부에 전달하므로써 팔다리를 움직이는 방식인 모빌수트는, 종래의 우주 무기인 우주전투기나 전함에 비해 날렵한 자세제어(attitude control)가 가능하면서도 추진제의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죠.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앰백입니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우주선의 선체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꾸는 일, 즉 자세제어를 하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오래된 방식은 우주선들이 흔히 쓰는 버니어 추진기(Vernier thruster)죠.

↑ 20세기 로켓인 아틀라스 버니어 추진기. 아래 놓인 자와 크기를 비교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로켓 분사기 치고는 아주 작습니다.


버니어 추진기라는 것은 기체의 주 운동방향과는 다른 각도를 향해 있는 소형 로켓인데, 이것을 몇개 조합해서 재주좋게 분사하면 기체를 360도 어디로든 방향 전환할 수 있습니다.

↑ 옛 우주왕복선의 선수부에 붙어 있었던 다중 버니어 추진기의 도해.


하지만 버니어 추진기는 추진제가 필요하고, 구조가 복잡하며 무겁습니다. 또 우주에서는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멈추기 위해서 역방향으로 추진을 해줘야 하므로, 방향전환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도 어렵죠. 따라서 버니어 추진기를 이용한 자세전환은 느리고 신중하게 이루어집니다.

반면 인공위성처럼, 한번 발사되면 추진제 보충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되는 방식이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한 자세제어입니다.

자이로스코프, 즉 자이로는 쉽게 말해 좀 복잡하게 생긴 팽이입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로터" 라는 이름의 팽이와 그것을 둘러싼 한 쌍의 짐발로 구성되어 있죠. 회전하는 팽이는, 각속도 보존의 원칙에 따라 바깥의 짐발들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바꾸든 간에 그 회전축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응용해서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자세제어를 할 수가 있습니다.

↑ 자이로는 자세변화 감지용 센서로도 사용하고, 자세제어 장치로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자세제어용 자이로의 팽이(로터)는 물론 센서용 자이로의 그것보다 크고 무겁죠.


↑ 서력 2008년 봄, 국제우주정거장의 자세제어용 자이로를 교체하는 모습.


자이로를 사용한 자세제어는 추진제가 전혀 필요없으면서도 비교적 정밀한 자세제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그대신 자세제어의 속도가 아주 느립니다. 그 움직임이 섬세하다 못해 미세하다고 해야 할 정도죠. 물론 로터를 크고 무겁게 만들면 그것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만, 그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무중력공간에서의 자세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세번째 방식이, 바로 작용과 반작용의 원칙을 이용한 자세제어인 "능동적 질량균형식 자세제어," 줄여서 앰백입니다 (컴퓨터에 의해 자동적으로 행해지는 앰백을 "능동적 질량균형식 자동제어" 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어느쪽이든 약자는 꼭같죠).

우주선이나 위성체들은 팔다리가 없기 때문에 앰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만. 오래전부터 무중력상태의 인간들은 앰백을 이용해 자세를 제어해 왔습니다. 무중력상태에서 팔을 휘두르면 몸통이 빙글 돌고, 다리를 뒤로 젖히면 몸이 앞을 향해 빙글 돌고 - 하는 식으로, 무중력에 적응한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앰백을 사용하죠.

↑ 앰백의 원리는 뉴튼의 제3 운동법칙, 즉 작용-반작용의 원칙을 따른다는 점에서는 버니어 추진기와 같습니다만, 거기에 관성의 원리까지 합쳐진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지루하니까요) 참고로 앰백은 오로지 자세의 제어만 가능할 뿐, 이동 수단으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무중력상태에서 둥둥 떠서 아무리 버둥거려봐야, 몸이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돌아갈 뿐 앞으로는 1밀리도 전진할 수 없죠.


앰백의 장점은 추진제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자세제어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동체의 질량에 비해 앰백의 능동질량, 즉 팔다리나 전용 바인더의 질량이 클수록 자세제어의 속도 역시 빠를 것입니다만, 어쨌든 자이로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른 자세제어가 가능합니다. 거기다 모빌수트의 경우 앰백 전용 알고리듬을 탑재한 컴퓨터의 도움으로, 정밀한 자세제어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앰백용 알고리듬은 의외로 정교합니다. 복수의 운동축을 가진 모빌수트의 팔다리는, 그것을 어느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동체의 자세를 극히 미묘하게 제어할 수 있죠. 또 모빌수트는 종종 한손에 무기나 방패 같은 것을 들고있어서 질량이 완전한 대칭을 이루고 있지 않고, 거기다 추진제나 탄약 등을 소모하면서 발생하는 질량의 변화까지 계산에 넣어 줘야만 자세제어가 정밀하게 행해질 수 있습니다.

↑ 모빌수트 진행방향의 역방향에 잔뜩 설치되어 있는 주 추진기들, 거기에 동체의 진행축을 빠르고 손쉽게 바꾸어 주는 앰백 시스템을 조합하면, 버니어 추진기 없이도 우주공간에서 높은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추진제의 양을 전부 주 추진모터에 할애할 수 있어, 최고 운동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앰백의 또다른 장점입니다. 이 릭돔은 사진에서 보이는 추진모터 수만 해도 열한개로군요.



(여기서 합성섬유 재질의 남성용 바지 삼종 세트 광고 삽입, 15분동안 줄기차게)


지구연방군이 인공 뉴타입 파일럿을 양성하여 실전에 투입하던 때, 즉 소위 그립스전의 시기에는, 이들 파일럿들의 높은 반응속도를 활용하기 위해 극단적인 운동성능을 가진 실험적 고기동 MS들이 개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모빌수트들의 경우 보다 빠른 자세제어를 위해 팔다리 뿐 아니라 좀더 무겁고 큰 앰백용 능동질량, 일명 바인더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았고, 또 앰백 외에 다수의 버니어 추진기를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고기동 MS의 버니어 추진기들은, 그 추력과 크기 면에서 단순한 자세제어용 아포지 모터를 떠나 우주공간에서 모빌수트가 보다 복잡한 삼차원적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조 추진기, 즉 추진력 벡터링 모터로서 기능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20세기 제트 전투기 기술로 개발된 추진력 벡터링, 또는 벡터 추진은, 하나의 가변식 추진기의 추력을 방향 전환하는 방식이었지만, 우주공간의 모빌수트가 사용하는 추진 벡터링은 복수의 로켓 모터를 동시에, 그것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므로써, 모빌수트가 극히 복잡하고 제삼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궤적을 그리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 20세기의 제트기 중에도 추진벡터링이 가능한 것들이 있었습니다만, 이것들은 다수의 추진기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엔진의 노즐이 가변식으로 되어 있어, 그것을 움직이므로써 진행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추력을 가하는 방식입니다.


↑ 제타건담 시대 이전의 고기동 MS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0083" 아니메. 짤방은 그중에서도 거대한 버니어 추진기가 인상적이었던 "거베라 테트라" 입니다.


주력 로켓모터를 분사해 전진하면서, 앰백을 이용해 그 진행방향을 바꾸는 모빌수트의 궤적을 그려 본다면, 비교적 완만한 곡선을 이룰 것입니다. 앰백에 의해 MS의 진행축이 변화하면서, 어떤 한 방향을 향하고 있던 추진의 벡터가 서서히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고, 그에 따라 모빌수트는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이죠.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이동의 벡터가 하나, 추진력의 스칼라값도 하나인 것입니다.
좀더 간단히 설명하자면, 앰백만을 사용해 진행방향을 바꾸는 모빌수트는 대기중을 비행하는 비행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이죠.

반면에 버니어 추진기가 달린 MS는, 앰백만으로 자세를 제어하며 이동하는 모빌수트와는 달리 동시에 두개 또는 그 이상의 추진력 스칼라값이 작용, 그것들이 합쳐져 이동의 벡터 축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그 움직임은 앰백식 방향전환에 비해 급격할 뿐 아니라, 관찰자가 -즉, 적이- 그 변환을 예상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초 고기동 가변 MS, ORX-005 갸프랑. 오거스타 연구소에서 우주용으로 개발한 기체인 만큼, 인공 뉴타입의 반응속도에 대응하도록 바인더와 버니어 추진기 등을 많이 달고 있습니다. 문제는 티탄즈가 이것을 대기권 안에서 사용했다는 것이죠. 아마도 제타 건담과의 싸움에서, 갸프랑은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버니어 추진기를 다수 장비한 고기동 모빌수트들은 물론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분의 추진제를 준비해야 하며, 이때문에 후일 그립스 전쟁이라 불리우는 지구연방군내 파벌간의 싸움 무렵에는 외장형 추진제 탱크를 장비한 모빌수트를 자주 볼수 있었다고 합니다.

↑ 1년전쟁 당시에도 이미 외장형 추진제 탱크를 장비한 고기동 모빌수트가 존재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 병사와도 같은 기민한 동작, 거기에 재래식 화기를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한 두꺼운 장갑을 가진 신무기인 모빌수트를 앞세워, 사이트 3은 스스로를 독립국가인 지온 공국이라 선포하며 지구연방 전체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을 포고합니다.

개전 초 지온의 주력 기동전사였던 MS-05, 06 시리즈는 오늘날에도 현역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설계가 우수하였으며, 특히 인간의 손을 꼭 닮은 매니퓰레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모빌수트의 특징을 십분 발휘해 지온의 만능병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주력전차의 주포급인 120밀리미터 구경의 포탄을 기관총처럼 연사해대는 ZMP-50D 120밀리 하이퍼라이플, 일명 "자쿠 머신건" 은 종래의 기갑병기에 대해 절대적인 위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120밀리탄에 끄떡없는 두꺼운 장갑을 가진 적, 즉 전함을 상대로 해서는 280밀리 H&L-SB25K/280mmA-P 로켓포가 활약을 했죠. "자쿠 바주카" 라는 별명의 이 대구경 로켓포를 들고서 고속으로 접근해오는 고기동 병기들의 앞에, 지구연방군의 우주전함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연방도 뒤늦게나마 모빌수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지온의 것과 달리 재래식 기갑병기나 전함을 상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진공 청소기용 다용도 부속품에 대한 중간 광고 삽입, 20분동안 끊임없이)


한때 미놉스키 박사의 제자, 또는 조수였다는 설이 있는 템 레이 박사는, 스승이 개발해낸 모빌수트의 자료를 토대로 놀라운 물건을 개발해냅니다. 믿기 어렵도록 빠른 속도로 진행된 지구연방의 모빌수트 개발계획은, 쟈브로의 연방본부가 아닌 한 중립콜로니에서 비밀리에 행해졌습니다.

"V 작전" 이라는 코드명이 붙었던 이 개발 프로젝트에서, 템 레이 팀은 지상전에서 효율좋게 쓸 수 있는 자주포 타입, 두꺼운 장갑을 가진 근접지원용 포격형 모빌수트 등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의 진짜 결실은 백병전용으로 개발된 RX-78인데, 이것이 오늘날도 이름높은 "건담" 이죠.

RX-78은 당시 지온의 기동전사 뿐 아니라 동시에 개발된 형제기들을 뛰어넘는 여러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그 주포인 BOWA·XBR-M-79-07G 미놉스키 회전입자포였죠.

오늘날 기동전사들의 표준무장이 된 미놉스키 회전입자포, 즉 메가빔포의 위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놉스키 입자의 성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M입자" 는 미놉스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미놉스키-이오네스코식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적 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이론적인 입자의 이름이었습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M입자는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어야 했죠. 첫째로 M입자의 정지질량은 0이거나, 한없이 0에 가까워야 하고, 둘째로 상대론적인 속도로 운동하는 M입자는 질량을 가져야 하며, 셋째로 M입자는 하전을 띄는 입자인데, 그것이 양의 하전일 수도 있고 동시에 음의 하전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성질을 갖는 것이어야 했던 것입니다.

미놉스키-이오네스코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에서, 어떤 가상의 입자가 실제의 입자로 전환되며 그것이 M입자에 부합하는 성질을 갖고 있음을 밝혀내므로써 미놉스키 박사는 미놉스키 입자의 존재를 입증했습니다.

우주선의 동력원인 미놉스키 핵융합로에서는, 항상 미놉스키 입자가 생성됩니다. 그런데 미놉스키 입자를 곧바로 우주공간으로 배출해 버릴 경우, 양과 음의 하전상태가 혼재하는 미놉스키 입자의 이상한 대전 성질 때문에 각종 전자기기의 작동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되죠.

따라서 큰 미놉스키 융합로들은, 특별히 차폐된 용기 안에 융합로에서 발생하는 미놉스키 입자를 모아서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미놉스키 입자는 가상입자 상태로부터 실제 입자 상태로 전환된 후 일정시간이 흐르면 그 이상한 전기적 특성을 대부분 잃고, 전기적으로 중화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노화된 미놉스키 입자를 M-E 입자, 또는 메가입자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그냥 버려도 되지만 색다른 활용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공격용 입자 가속기, 즉 입자포의 탄약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 MS 휴대용 메가빔포인 "빔라이플" 을 장비한 지온 모빌수트.


입자포라는 것은 레이저포처럼 빔을 발사하는 무기입니다만, 레이저는 대기중에서 사용할 경우 블룸 효과에 의해 대부분의 열에너지가 전기로 바뀌면서 그 효력이 크게 감소하는데 비해 입자빔은 그것이 덜합니다. 따라서 우주와 지상 양쪽에서 사용하기에는 입자포가 더 좋은 무기입니다.
전자나 중성자의 빔을 사용하는 입자포도 있지만, 오늘날의 우주 전함들은 어차피 동력으로부터 대량으로 얻어지는 폐기물인 메가입자를 발사하는 입자포를 주포로 사용합니다. 이것이 바로 메가빔포, 구식 용어를 쓰자면 미놉스키 회전입자포죠.

(이 회전입자포라는 말은, 전기적으로 거의 중성인 메가입자를 입자 가속기를 통해 가속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하전상태로 만들어주는 처리과정을 가리키는 것인데 - 입자들의 회전, 즉 스핀을 조절하므로써 순간적으로 강한 자성을 띄게 해주는 - 원리가 복잡한데다 중요한 것도 아니므로 설명은 생략합니다.)

가속기 안에서 광속에 가깝게 가속된 메가입자의 빔은. M입자의 성질에 따라 질량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목표에 명중하게 되면 그 운동에너지를 목표물의 원자구조 안에다 방출하게 되죠. 말하자면 소립자 레벨의 라이플 총탄인 것입니다.

이때 발산된 에너지는 대부분이 열로 바뀌면서 목표를 녹이거나 증발시키는데, 어떤 장갑재로도 메가빔의 직격을 견뎌낼 수 없을 정도로 그 위력이 큽니다. 따라서 우주전함은 메가빔의 직격을 받고도 전부 구멍이 나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장갑판을 갖고 있거나, 역시 미놉스키 입자의 성질을 응용한 메가입자 편향필드인 I-필드 발생기를 장비해서 메가빔을 편향시켜 피해를 모면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죠.

템 레이 박사는, 미놉스키 박사팀이 극소형 미놉스키 융합로를 모빌수트에 탑재했음을 알아냈을 때부터 이 메가입자포를 소형화해서 모빌수트의 주포로 사용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RX-78의 디자인을 보면, 모든 부분에 있어 메가빔포의 탑재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고려가 들어가 있음을 볼 수 있죠.

다만 그가 처음에 바랬던 것과는 달리, 건담의 메가빔포는 전함의 것과는 달리 동력로에서 얻어진 메가입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메가입자를 포 안에 저장했다가 소비하면서 쓰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모빌수트에 탑재되는 저출력 극소형 융합로의 경우 메가입자 생성률이 전함의 것보다 훨씬 낮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메가입자의 "탄창" 을 넣어서 쓰는 메가빔포가 나중에 일반화되면서 "빔 라이플" 이라고 따로 부르게 되기도 합니다.

↑ 메가입자의 "탄창", 즉 소위 E-cap을 사용하는 소형 빔포를 만드는 기술은 의외로 어려워서, 지온의 모빌수트 중 빔라이플을 가진 타입 (위 사진) 은 전쟁이 끝나기 얼마 전에야 만들어졌습니다. 그 전에도 메가빔포를 가진 지온 모빌수트는 몇종류가 있었습니다만, E-cap 방식이 아니라 융합로에서 메가입자를 끌어다 쓰는 것이다 보니 빔포의 성능이 그리 좋질 못했죠.


재래식 기갑병기나 전함을 상대하기 위해 디자인된 지온의 모빌수트에 비해, RX-78은 처음부터 대(對)모빌수트전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무기였습니다. 하이퍼 라이플의 120밀리탄의 연사에 견딜 수 있는 장갑재로는 핵융합로의 내부재로 루나 투에서 개발된 티타늄 합금, 소위 루나 티타늄이 채택되었고, 적의 기동성을 상회하도록 강한 유체펄스를 제공하는 강력 핵융합로, 또 그로부터 힘을 얻는 주 추진모터는 RX-78이 순간적인 단거리 비행에 가까운 도약을 할 수 있게 해주었죠.

↑ 경우에 따라서는 기동성을 다소 희생하고 중장비를 하는 것도 가능했던 RX-78. 이때문에 아예 기동력을 죽이고 중장갑 타입으로 환장하면 어떻겠냐는 기획안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연방 기술진이라고 다 템 레이급으로 똑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거기에 일격만으로 MS를 격파하는 위력의 빔 라이플, 또 백병전 상황에서 적 MS가 가하는 타격에 견딜 수 있는 내응력 구조인 세미 모노코크 프레임, 거기다 백병전용 무기로서 적 MS의 팔다리를 잘라내 무력화시키는 무기인 빔칼 등에 힘입어, 개발 직후 RX-78은 무적의 모빌수트로서 지온 파일럿들의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 지근거리의 백병전에서 사용하는 무기인 빔칼, "빔샤벨." 적 MS의 핵융합로가 파괴되면서 그 내부의 초고온 압축 플라즈마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경우 (소위 융합로의 "유폭" 현상) 를 생각하여, 동체가 아닌 팔이나 다리를 잘라내어 무력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것으로 동체를 공격하는 일이 아주 흔했죠.


어떻게든 건담을 격파하여 일선병들의 두려움을 종식시키고 기동전사 분야에 있어 지온의 우위를 입증하고 싶었던 지온군은, 건담을 탑재한 수송선이 콜로니의 개발기지를 떠나 연방 본부인 쟈브로로 향하는 동안 수차례에 걸쳐 집요한 공격을 가했습니다. 건담을 상대하기 위해 차례로 투입되었던 지온의 신개발기들은, 나름대로 고성능을 가진 우수한 기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모빌수트 전용무기는 아니었고, 그 파일럿들의 높은 기량에도 불구하고 모두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 중장갑, 대구경의 로켓포와 고속 호버링 주행이 특징인 모빌수트 MS-09 "돔."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기체입니다만, 탄속이 느린 로켓포가 주무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모빌수트 상대로는 자쿠나 구프보다도 오히려 못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지온군이 건담을 잡기 위해 귀중한 인력과 모빌수트들을 차례로 잃는 동안, 쟈브로로 향하는 V계획의 중추함 "화이트 베이스" 의 승조원들은 "건담을 쟈브로에 무사히 인도해 줘야만 연방이 그것을 토대로 MS를 양산할 수 있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는 일념으로 그 공격을 힘겹게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온도, 또 화이트베이스의 승무원들도 그때 이미 쟈브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존재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불길한 음악 깔리면서, 자막 나간다:)

"다음 이시간에는 MOBILE SUIT WAR 2부, '건담 양산계획의 진실' 편이 방영됩니다"


(원로 개그우먼이 등장해서 뭔지 모를 주방기구를 선전하는 광고 시작, 30분동안 계속)


보너스: 가조립 건프라들의 행진. 휴대폰으로 찍어도 제 사진의 질은 별 차이 없네요!
by Werdna | 2008/12/20 01:32 | 기동전사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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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zolpidem at 2008/12/20 20:46
휴대폰 성능이 좋아서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광고 때문에 어려운 물리학 강의도 재미있게 시청했습니다.
(다만, 광택제 광고 더빙한 남자 성우는 목소리가 너무 커서...)

약 18년 전 즈음에 우주소년단 캠프에 가서 모의 EMU를 탔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재미있진 않았지만요.

2편이 기대되네요. 불길한 음악이 어울리는 멋진 짐... 늠름한 짐... 아름다운 짐... 2.0은 언제 나오나, 짐...
Commented by ZAKURER™ at 2008/12/21 19:12
앗, 저희 집엔 NMC(내셔널 메카트로닉스 채널)밖에 안 나와서 이 방송 못 봤는데...
NMC에선 UC 재래식 병기 톱 텐 시리즈만 보여주더라고요. 마젤라 어택 vs 61식 대결은 이제 질렸어요. 아흐흑.
짤방 보니까 HHD급인데 다운받는 곳 좀 zakhura@banzai-newyark.mesh로 알려주세요.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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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답글을 적을 줄이야!!!!!!! OTL
(그만큼 재밌게 읽었습니다!....광고 빼고요)
Commented by Werdna at 2008/12/22 10:24
zolpidem님 // 우주소년단 캠프!! 얼마만에 들어보는 단어인지...
"우주" 김정흠 박사님, "아폴로" 조경철 박사님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항공우주학의 미래에 대해 나름 당찬 포부가 있었던 시절이었죠.
포스트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쿠러님 // 잇힝~ ^^ 사실 모르시는 내용은 하나도 없으셨을텐데 말이죠.
MG 건담 2.0을 가조립해보고, 옛날 1/100 "칸담" 이 떠올라서 새삼스러운 울궈먹기 포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책" 이 나오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좋은 번역 부탁드려요~
Commented by draco21 at 2008/12/22 15:56
....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 산하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전문작가로 등단하시기 위한 포트폴리오 제출작품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
다큐멘터리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쓰신글에 뭐랄까 오래 본 분만이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계신걸 보면.. 저는 그냥 빠져서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 어쨋건 MG 짐 2.0이 나오니 다음 글은 축하 포스팅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12/22 20:46
나중에 정말 모빌수트 관련 모큐멘터리가 하나쯤 나오면 재밌겠습니다. 일본에서 만들지는 말고 히스토리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박사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 데리고 인터뷰 해가며 CG제대로 써서 말이죠 ^^
Commented by Werdna at 2008/12/23 11:09
draco21님 // 저는 GM 2.0 나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draco21님 댓들 보고서 알아보니까 정말 나오더군요.
생각해보면 당연히 나오는 물건이겠지만 (건담 2.0도 나왔고) 얼마나 기쁘던지...

노타입님 // 그건 디스커버리나 히스토리에서는 안 할거고, SF채널에서 하지 않을까요? (아님 아니맥스나...)
그러고 보면 이글루스가, 약간 다큐멘터리 비슷한 물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Commented by 노타입 at 2008/12/23 13:28
MS 이글루는 다큐가 되기엔 드라마가 너무 오바스럽죠. 어흐~윽 ^^;
Commented by Werdna at 2008/12/23 18:27
아 이글루스가 아니라 이글루죠 ^^;
Commented by draco21 at 2008/12/25 01:24
사실 요 프레임으로 MG 짐 커멘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GM은 자쿠 만큼이나 바리에이션도 많으니 정말 기뻐하실만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다만 환율의 압뷁이... ^^:
그리고 워드나님~ 메리 크리스마스~~ ^^:
Commented by Werdna at 2008/12/27 10:45
2.0건담의 뼈대가 워낙 잘 만들어진 뼈대이다보니, 반다이가 몇번이고 울궈먹어 줄 것을 기대해볼 만 하죠?
각종 RX-78 변종에다, GM 가족들까지 줄줄이 나오기를 기대하는데, 짐커맨드는 둘중 하나라도 분명 나올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짐 스나이퍼 커스텀" (08소대꺼 말고, 옛날 MSV 버젼) 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죠.
뒤늦게나마 즐거운 성탄 되셨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리구요~
Commented by FAZZ at 2008/12/27 13:37
갸프랑 우주에서도 사용되었죠. 야잔이 타고 싸웠을때.
문제는 갸프랑 특유의 사각이 존재해서 패퇴하고 나서 지상전에 쓰인 것은 그것을 개수했다는 설정을 본거 같은데... 역시 설정은 이리저리 변하는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Werdna at 2008/12/31 22:01
갸프랑은, 강화인간이 탔을때보다 야잔이 탔을 때 더 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RGM-79 at 2008/12/31 10:28
아.. 정말 정신 없이 재미있게 봤습니다. 어찌나 본편이 재미있던지 광고조차 너무나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리고 Master Grade GM 2.0이 나온다는 NEWS에 정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현재의 MG GM은 GM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1人인지라..

2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정말로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RGM-79 GM (凸)™ 이 워드나님께 진심으로 인사드립니다. ^_^

Commented by Werdna at 2008/12/31 22:06
요새...라기보다 나중에 나온 멋쟁이 GM들에 비해서, 원판 GM은 정말 투박하죠. (제 친구는 오리지널 짐을 "오즈의 마법사" 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이라고 부릅니다.)
그때문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뭏든 저도 오리지널 GM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MG 킷 사진을 보고 정말 기뻤습니다. 물론 실물을 봐야 알겠지만, 원판에서 크게 가감 없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 같더라구요.

포스트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정말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2009년은 올해보다 훨씬 멋진 한해가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Commented by ★수퍼맨★ at 2009/03/14 22:59
후아아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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