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시대 권총 알고보니..."충격" (2) 완구잡상


↑ 북군측의 기병대원 모집 포스터. 말과 장비는 있으니 몸만 오라, 부대에 도착하는 즉시 첫달치 봉급을 주겠다, 급료는 한달에 13~23달러 (지금돈으로 환산하면 300~500달러 정도) 등등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1860년대, 미국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서로 크게 달랐던 북부 "유니언" 과 남부 "컨페더러시" 로 분단되어 서로 싸웠습니다.

이 "남북전쟁" 에 관련된 걸출한 인물들도 많이 있고 (에이브러햄 링컨을 필두로...), 유명한 역사적 사건들도 많고 이와 관련된 영화들도 많이 있죠. 하지만 이 포스트는 오로지 총기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포스트인지라, 이번에는 남북전쟁에 사용되었던 총기들 중 중요한 것 몇가지를 짧게 살펴보기로 합니다.



남군이건 북군이건, 주요 병과는 보병, 포병, 그리고 기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포병이야 물론 대포를 운용하는 것이 일이고, 보병은 비교적 사거리가 긴 라이플로 중거리 교전을 하다가, 접전 상황이 되면 총검 같은 백병전 무기를 사용하였죠.
그럼 기병대는? 기병의 운용법은 다양해서, 정찰, 치고 빠지기 (skirmish), 심지어 피켓라인을 형성하여 거점 방어에도 쓸 수 있습니다만, 기병대 운용의 정석은 역시 기동타격, 즉 돌격을 하여 적의 허리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높은 기동력과 공격력을 가진 기병대는 2차대전의 전차나 일년전쟁의 모빌수트(...)에 해당하는 병력으로, 남북전쟁의 엘리트 병과였습니다.

↑ 미국 기병대원. 알고 계시겠지만 파란옷 입은 애들이 북군입니다. 남군은 회색.


개전초기에는 남군의 기병대가 북군의 기병대에 비해 훨씬 강했습니다. 부유한 남부인들 중에는 어릴적부터 기마술을 익힌 이들이 많았던 반면에, 북부 사람들은 말등에 한번 올라타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 남군 기병대원의 모습.

그런데, 남군 기병대의 경우 말을 기병대원 자신이 조달해야 하며, 만약 말이 죽을 경우 기병대원은 새 말을 알아서 조달하거나 아니면 보병대에 편제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엘리트 의식이 강했던 남부 기병대원들에게 보병으로 강등(?)당한다는 것은 죽는것만큼 싫은 일이었던지라, 전투에서 말이 죽을까봐 조심해가며 싸워야만 했다는군요.

↑ 북군 기병대원. 주무장은 스펜서 카빈과 1860식 샤벨, 보조무장은 (잘 안보입니다만) 아마도 콜트 M1860 "아미" 피스톨이겠죠.


그럼 북군은? 맨 위 모병 포스터에서 보셨듯, 말과 장비는 군에서 지급해주며 기병대원은 몸만 오면 되었으니, 남군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전술을 구사하며 싸우는 것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북군 기병대의 기량도 점점 높아져, 전쟁 중반 즈음에는 서로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 기병대는 당시 대륙 최고의 경기병대, 즉 "인디언" 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병력으로 활용되며 위세를 떨치게 되죠. 아직까지도 미국인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강력한 도움을 바랄 때 "기병대는 어디 있어? (where's the cavalry?)"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또 오늘날의 미군에도 아직까지 "기병대" 라는 명칭의 부대들이 있죠.

↑ 미군 제1 기병사단의 기병대원(?)들. 현대전에서는 말보다는 헬리콥터를 주로 사용합니다만, 옛 기병대의 전통을 잇는 부대입니다.


사실 당시 미국 기병대원 (특히 북군) 개개인을 유럽의 정예 기병대원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점이 많았습니다. 말을 다루는 솜씨인 기마술이나 무예의 기량, 고된 훈련과 실전을 통해 다져진 정신무장 등에서, (예를 들자면) 폴란드나 코자크의 기병대원과는 상대가 안되는 수준이었죠.

그런데도 미국 기병대는 남북전쟁을 통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병력으로 태어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 기병대만의 강점인 효과적이고 강력한 총기 덕분이었죠.

이전 포스트에서는 오로지 새뮤얼 콜트의 총 이야기만 했습니다만 (그리고 다음번 포스트에서도 콜트 얘기만 할겁니다만), 당시 미국에는 총기제작의 기린아들이 득실거렸습니다.

금속제 일체형 카트리지의 특허자인 호레이스 스미스와 대니얼 웨슨, 기병대 라이플의 아버지 크리스챤 샤프스, 어느날 갑자기 총기제작업으로 전환한 전직 셔츠공장주 올리버 윈체스터, 대장장이 출신의 엘리팔렛 레밍턴, 자동총기의 아버지인 천재 존 브라우닝 등, 쟁쟁한 인물들이 전부 당시 미국에 살았습니다. 이런 개인총기업자들이 만든 총기들은, 미군 스프링필드 병기창에서 제조된 1861 스프링필드, 그리고 영국제 수입품인 1853 엔필드 등의 제식 라이플들과 함께 널리 사용되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죠.

↑ 북군의 제식 라이플-머스켓인 1861 스프링필드. 매사추세츠 주 스프링필드 소재의 미군 스프링필드 병기창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북군 보병의 주력무기로 사용되었습니다. 스프링필드라는 이름은 1861 말고도 다른 여러 총기에 사용되었고, 스프링필드에서 제작한 총기 중에 유명한 것이 워낙 많기 때문에 (M1 가란드, M14 등등) 헛갈리기 쉽습니다.


↑ 남군은 제대로 된 병기창이 없었기 때문에, 영국에서 수입한 1853 엔필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남북전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총기라면 앞의 1861 스프링필드, 그 다음으로 이 1853 엔필드죠. (참고로 엔필드 역시 동네 이름. 영국 왕립 총기창이 엔필드에 있어서...)


1861 스프링필드와 정 반대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버단 샤프스 라이플" 과 "헨리 라이플" 입니다. 이들은 값비싼 사제 총기들로서 적은 숫자만이 사용되었는데, 둘 다 후장식(後装式) 총기로서 높은 명중률과 사격속도를 자랑하는 명기들이었죠.

↑ 기병대원들 중에서도 특등사수들에게만 지급되었던 "버단 샤프스 라이플". 1859년 샤프스 라이플 제작사가 개발한, 무게 약 4.3킬로그램의 묵직한 라이플입니다 (참고로 현대식 돌격소총인 M4 라이플은 2.88킬로그램).


↑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헨리 라이플. 금속제 카트리지가 담긴 탄창을 사용하는 후장식 연발 라이플입니다.


여기서 후장식(後装式)이라는 것은, 총탄을 총구가 아니라 총미(銃尾)에 삽입하는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요새야 탄을 총구로 장전하는 총은 거의 없습니다만, 당시엔 총을 장전할 땐 대개 총구를 통해 화약과 총탄을 집어넣었죠. 스프링필드나 엔필드만 해도 전장식, 즉 총구로 화약과 총탄을 장전하는 방식이었으니까요.

샤프스 라이플은 원래부터 명품 지향의 고가품이었기 때문에, 견고하고 명중률도 높은 데다 후장식이라 재장전의 속도 역시 빨랐습니다 (다만,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금속제 카트리지를 쓰는 것은 아니고 종이 카트리지 방식의 뇌관총이었습니다). 심지어 재장전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당시 지휘관들이 "이렇게 재장전 빨리 하는 총을 사용하면, 병사들이 탄약을 마구 낭비하지 않을까?" 라고 걱정하여 샤프스 라이플의 채택을 꺼릴 정도였다고 하죠.


↑ 코엔판 "진정한 용기" 에서 텍사스 레인저인 라비프 (맷 데이먼 분) 가 사용하는 라이플이 샤프스 라이플입니다...만, 이것은 전쟁 후에 나온 모델인 1874 샤프스 기병대용 카빈이죠. 카빈, 즉 총신의 길이가 짧은 라이플인데도 불구, 극중에선 엄청난 정확도를 자랑하는 저격총으로 등장합니다.


↑ 여담으로, 샤프스 라이플 중에는 개머리판에 커피콩 가는 기계가 옵션으로 붙어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진짜루). 저격을 위해 매복할 경우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라도 마셔라~ 는 걸까요?


그럼 헨리 라이플은? 샤프스 라이플이 높은 명중률을 자랑하는 저격총이었다면, 헨리 라이플은 높은 신뢰성과 내구도, 그리고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연사속도로 승부하는 접근전용 총이었습니다. 오늘날의 돌격소총이나 서브머신건 비슷한 물건인 셈이죠.

헨리는 금속제 .44 카트리지를 사용하는데, 카트리지의 화약의 양이 적어 (25그레인) 탄속과 유효사거리는 비교적 낮았습니다. 그러나 한번에 16발의 탄을 장전한 후 특징적인 레버를 사용해 고속으로 연속 발사를 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접근전에서 남군 병사들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가져다주는 무기였습니다. ("그놈의 양키총은 한번 장전하면 일주일 내내 쏘더라!" - 당시 남군들.)

↑ 헨리 라이플과 .44 카트리지. 참고로 헨리 라이플은 그 유명한 윈체스터 연발 라이플의 조상이기도 합니다.


↑ 헨리 라이플은 코엔판 "진정한 용기" 에도 등장합니다. 여주인공 매티네 농장 일꾼이었던 탐 채니 (조쉬 브롤린 분) 가, 매티의 아버지를 죽이고 헨리 라이플을 훔쳐 달아났죠. 값비싼 헨리 라이플에 밧줄을 걸어 만든 멜빵이 애처롭군요.


그리고, 제식총인 스프링필드와 명품인 샤프스, 헨리의 딱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 "링컨이 주문한 총" 으로 유명한 "스펜서 라이플" 입니다.

↑ .55-56이라는 특이한 구경의 탄을 사용하는 스펜서 라이플. 탄환은 큰데도 화약의 양이 적었던지라, 유효사거리와 탄속이 낮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스펜서 라이플은 스프링필드같은 제식총은 아니었지만, 북군 해군과 육군, 특히 기병대에 상당수가 지급되어 쓰였습니다. (이 포스트에 나온 북군 기병대원의 사진을 보시면 전부 스펜서를 들고 있습니다.) 또 샤프스나 헨리처럼 이름난 명품총은 아닙니다만, 신뢰성이 높고 연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남군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나름 악명을 떨쳤다죠.

↑ 스펜서는, 개머리판 안에 탄창이 삽입되는 매우 특이한 구조입니다. 현대식 돌격소총 중에도 개머리판에 탄창을 삽입하는 물건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그럼 콜트는? 사실 콜트도 연발 라이플을 만들어서 북군에 납품한 적이 있습니다.

눈썰미가 있으신 분은 눈치채셨겠지만, 위 사진의 콜트 연발 라이플은 사실 연발 권총 (콜트 드래군) 의 본체에 개머리판과 라이플용 총신을 단 것이었죠. 다시 말해 종이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전장식 총입니다.
하지만 전쟁의 불길 속에서, 재장전이 느린 총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고, 대세는 금속제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연발 후장식 총기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금속제 카트리지의 특허는 스미스-웨슨이 갖고 있었고, 이 특허가 만료되는 1872년까지 콜트는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죠 (여기서 콜트라 함은 새뮤얼 콜트 본인이 아니라 콜트사를 말합니다. 콜트 본인은 이미 1862년에 향년 47세로 타계.) 그러다가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금속제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후장식 총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바로 "서부소년 차돌이" 의 총, 너무나 유명한 M1873 "싱글액션 아미 리볼버" 죠.

그런데 M1873 얘기로 넘어가기 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바로 구형모델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분입니다. 스마트폰 (특히 안드로이드 기반)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기술을 적극 채용한 최신모델의 등장만큼 중요한 것이 이전 모델에 그 기술을 적용하는게 가능한가 하는 것이죠. 콜트사 입장에서도 잔뜩 쌓여있는 구형모델 부품을 활용할 방도가 필요했고... 해서 등장한 것이 컨버젼 피스톨들입니다.

↑ M1860 아미 "리차즈" 컨버젼 피스톨. 후장식 .44 금속제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있게 개조한 것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듯, 후장식 피스톨은 장전봉이 없는 대신 탄피 제거봉(ejector rod)이 달려 있습니다. 당시 금속제 카트리지는 간혹 발사 후 탄피가 약실 내에서 팽창해서 잘 제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럴 경우 탄피 제거봉으로 밀어내어 강제로 배출하도록 한 것이죠. 약 1만정의 구형 피스톨들이 이런 식의 컨버젼을 통해 신형 금속제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다음번 포스트에서는 남북전쟁이 끝난 1870년대 미국으로 가서, 콜트 M1873이라는 걸작 권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blitz고양이 2013/04/03 10:32 # 답글

    탄피는 재활용인가 보군요
  • 워드나 2013/04/03 14:44 #

    오늘날에도 핸드로딩이라 하여 탄피를 재활용하는 이들이 제법 있습니다.
    탄약은 의외로 고가품이거든요.
  • draco21 2013/04/21 20:50 # 답글

    다 엇비슷해보였던 리볼버 권총들에 이런 숨은 역사가 구구절절히 숨어있을줄은.. OTL
  • 워드나 2013/05/01 12:24 #

    잘못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사실과 허구를 분간해내는 것이 의외로 까다로웠습니다 (영문 위키피디아만 해도 오류 투성이).
    이 포스트에도 틀린 내용이 있을지도...
  • 건스미스 2016/06/15 07:45 # 삭제 답글

    허허허 샤프스 스펜서총 같은거는 구조가 참 궁금했는데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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