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 Dance 기타등등



25년전 오늘(현지시간으론 23일이죠), 1989년 6월 23일 "배트맨"이라는 영화가 헐리웃에 입성했습니다. 감독은 기괴한 코미디인 "비틀쥬스"로 한창 상승세였던 신예 팀 버튼이었죠.


↑ 참고로 비틀쥬스는 이런 영화입니다. 가운데 인물이 비틀쥬스(마이클 키튼).

코믹이나 TV 시리즈로 인기 높았던 배트맨이었지만 설마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어질 줄은 몰랐던지라, 제작 발표 당시 많은 이들이 놀라고 궁금해하던 작품입니다.

미디어 거대 문어발 기업인 워너브러더스는 1989년 3월에 타임지를 인수했는데, 이 타임의 자회사 중에 DC 코믹스라는 회사가 끼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워너는 상당히 헐값에 수많은 DC 캐릭터들의 판권을 손에 넣은 셈인데요, 아뭏든 본업이 영화 제작인 워너는 새로 얻은 판권을 활용해 블록버스터를 하나 만들어 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가 바로 1989년 극장판 "배트맨"이었죠.

여담입니다만, 바로 다음해인 1990년, 부에나비스타, 다시 말해 월트 디즈니도 질세라 역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딕 트레이시"를 제작합니다.
참고로 워너브러더스와 월트디즈니는 미키 마우스(월트)와 벅스 버니(워너)의 관계 만큼이나 숙적 관계였던지라, 월트디즈니는 워너에게 질세라 그야말로 호화 캐스트를 딕 트레이시에 투입했습니다. 왕년의 디즈니 스타였던 딕 반다이크를 필두로 개성파 배우인 알 파치노와 더스틴 호프만이 꿈의 공연을 했죠. 주연인 워렌 비티나 마돈나가 뻘줌해질 지경이었습니다.

↑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탐정물인 딕 트레이시. 주인공인 트레이시보다 오히려 개성 만점의 악역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작품입니다.

딕 트레이시는 나름대로 잘 만든 작품이었고 미국 내에서만 일억 달러 넘게 벌어들이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만, 라이벌인 워너의 "배트맨"의 흥행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었기에 월트디즈니는 기분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결국 월트디즈니는 2009년에 DC의 숙적인 마블을 사 버리고, 이후 마블 수퍼영웅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줄기차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는 DC 진영(배트맨, 수퍼맨)과 마블 진영(X-멘,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토르 등등) 중 어느 쪽이 압도적으로 리드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각지세인데, 무성영화 시절부터 1940년대까지 대 인기였던 "연재 영화(movie serial)"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온 듯 하여 즐겁습니다.

↑ 연재 영화의 주인공들 중 하나였던 "캡틴 아메리카". 이 외에도 그린 호넷, 딕 트레이시, 배트맨 등 수많은 만화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재 영화들이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었죠. TV가 가정에 널리 보급되며 연재 영화는 설 자리를 잃은 듯 했습니다만, 긴 세월이 흘러 연재 영화들은 압도적인 스펙터클과 화려한 특수효과로 무장하고 21세기에 컴백했습니다!

너무 오랫만의 포스트라 곁길로 빠지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다시 본론인 배트맨으로 돌아와서....

그때까지만 해도 배트맨이라 하면 1960년대 말에 TV 시리즈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기에,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다소 코믹한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길 원했습니다만...감독인 팀 버튼이 바라던 것은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 배트맨 TV 시리즈. 1966~1969년에 걸쳐 방영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습니다. 사이키델릭의 시대였던 60년대 말에 만들어진 작품이니만큼, 코믹하고 다소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후 영상화된 배트맨들과는 매우 다릅니다.
지금에야 우스갯거리입니다만 사실 방영 당시 미국에서 이 시리즈의 인기는 대단했었습니다. 주연이었던 배우 아담 웨스트(배트맨)와 버트 워드(로빈) 역시 수많은 팬을 거느렸다고 하죠... 때문에 이 두사람의 사생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문란했다고 하는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후략]

팀 버튼은, 코믹했던 TV 시리즈의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하여 삭막하기 그지 없는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으로 배트맨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20여년이 흐른 오늘날 헐리웃에서 만들고 있는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하나같이 소위 "그리티(gritty)"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버튼의 선견지명(?)이 놀랍죠.

그러나 워너브러더스는 감독의 독주를 견제하며 끊임없이 돈줄로서의 입김을 불어넣었습니다. 때문에 배트맨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 간간이 기묘한 코미디가 튀어나오는, 아주 유니크한 작품으로 태어났습니다.

주인공인 부르스 웨인이자 (스포일러?) 배트맨 역은 팀 버튼이 원했던 대로 마이클 키튼이 맡았습니다만, 헤로인인 비키 베일 역은 팀 버튼이 점찍었던 숀 영 대신에 킴 베이싱어,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악당 조커 역은 브래드 듀리프 대신에 워너가 밀었던 잭 니콜슨이 맡았습니다.


↑ 잭 니콜슨. 그는 이 영화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 브래드 듀리프 (응?). 사실 듀리프는 니콜슨과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었죠. 불쌍한 젊은 환자 빌리 비빗이 바로 듀리프가 연기한 캐릭터였습니다. 국내에서야 "사탄의 인형" (1988년작) 의 "처키"로 가장 잘 알려졌습니다만!

"사탄의 인형(Child's Play)"은 속편에 속편을 거듭하며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우스갯거리로 전락하였습니다만, 1988년에 1편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장난감 인형에 불과한 처키가 내뿜는 악의와 광기가 프레디 크루거나 제이슨 부히스 등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듀리프는 당시 잘 나가는 호러 아이콘이었죠.

만약 브래드 듀리프가 조커를 연기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에야 고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의 섬뜩함 때문에 조커라는 캐릭터의 무시무시함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만, 1989년 당시 듀리프가 조커를 연기했다면 아마도 관객들이 놀라 나자빠졌을 것입니다. TV 시리즈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왔는데 웬 호러물을 보게 되는 꼴이었겠죠.

실제로, 팀 버튼이 원래 만들고 싶어하던 배트맨은 원래 나중에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어낸 작품과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배트맨과 조커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존재...이긴 한데, 이 동전은 앞면이고 뒷면이고 둘 다 광기의 일면이라는 점에서 꼭같다~ 라는 테마를 담고 있고 그 결말도 매우 절망적인 내용입니다.

워너판(?) 배트맨 극중에서도 "조커가 배트맨이라는 존재를 (소년 브루스 웨인의 부모를 눈앞에서 학살하므로써) 만들어내고, 배트맨이 조커라는 존재를 만들어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만, 팀 버튼 원안에서는 그정도가 아니라 헤로인 비키 베일이 조커의 손에 죽어버리고, 결국 부르스 웨인은 정신줄을 완전히 놓아 버리고 진짜 광기의 화신 배트맨으로 재탄생하게 된다는 이야기죠. 다시 말해서 "조커의 손에 배트맨이라는 괴물이 완성되는" 것으로 끝나는 비극이라는 말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선 지금쯤, 팀 버튼이 원안대로 만든 배트맨 영화가 보고 싶으실 거라 생각되네요.

유감입니다만 1989년작 배트맨은 물주(워너)와 크리에이터(버튼)의 타협의 산물로 탄생되었고, 아시는 대로 80~90년대 배트맨 붐을 일으키며 많은 속편을 낳았습니다. 속편들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죠.

참고로 팀 버튼이 영입한 대니 엘프만의 어둡고 웅장한 음악에 맞서, 워너브러더스는 가수 "프린스"를 투입했습니다. 프린스의 배트맨 송으로는 물론 "파티 맨"이 유명합니다만, "뱃 댄스" 라는 것도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덧글

  • 2014/06/24 19: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24 20: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FAZZ 2014/06/26 18:18 # 답글

    중학교 때 미국에서 1위한 영화라고 엄청 기대했었는데 한국에서 흥행은 그 기대에 못미쳤죠.
    아무튼 영화 보기전 테잎으로 OST를 샀었는데 그때 배트맨 OST의 모든 곡이 믹싱되서 드러간 이 BAT DANCE를 가장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 워드나 2014/08/24 20:48 #

    카세트 테입...
    요즘은 아예 사라진 매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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