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8 이륜만세

추운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예년 같으면 이륜차에서 배터리를 떼어내고 커버를 씌워 내년 봄까지 잠재웠겠지만, R18은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겨울 중에 1천킬로 점검을 마치고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고 싶어서요.

연료계 문제는 그냥 주행 킬로수를 보고 150킬로마다 주유하기로 했습니다. 탱크를 꽉 채우고 대략 150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더라구요. 연료탱크 용량이 16리터라고 하니 대략 리터당 10킬로미터 정도의 연비인 셈이네요. 이륜차로서 좋은 연비는 결코 아닌 셈입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화물 적재 능력이 전무하다는 점. BMW 순정 파트로 나와있는 짐가방은 용량이 너무 작아서 텐트는 커녕 침낭도 안 들어갈 정도입니다(26리터 x 2). BMW 롤백 중에 50리터 용량이 있는데 그걸 달고 싶습니다만, R18은 G나 K 등과 달리 롤백을 장착할 자리가 프레임이나 펜더에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를 위한 추가 파트(화물 선반 등)도 아직 없습니다. 지금은 배낭(20리터)을 짊어지고 달리고 있는데 짐칸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R18은 제 첫 BMW 바이크인데, 여태까지 탔던 차들, 특히 할리 데이비슨과 비교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느낀 점 중 몇 가지를 끄적거려 보자면:
- 조용합니다. 엔진, 배기, 심지어 클랙슨(경음기) 소리까지 할리보다 훨씬 조용합니다. 소리가 큰 차를 선호하는 사람에겐 이게 단점이겠지만 전 조용한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귀가 안 좋습니다) 저한테는 장점입니다.
- 주행 모드는 Roll(일반 주행)에 고정시켜두고 있습니다. Rock(쾌속 주행) 모드는 고속도로에서나 쓸만한 모드라 우리나라에선 그리 유용하지가 않네요. 언제 다른 차 없는 국도를 달릴 때 Rock 모드로 달려볼까 합니다.
- 무겁고 긴 차체(휠베이스)에 비해 선회(턴) 능력은 의외로 좋네요. 무게중심이 낮아서 그런지...
- 특이하게도, 계기판과 후미등을 차체에 단단히 고정시킨 게 아니라 연질 합성수지같은 재질의 마운트로 부착해 두었습니다. 때문에 게이지나 후미등을 손으로 붙잡고 움직이면 해당 부품이 흔들흔들합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지(예를 들어 충격 흡수를 위해), 아니면 설계 미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음에 샵에 가서 다른 모델들도 그런지 한 번 봐야겠습니다.
- 한줄평: “오토바이는 BMW가 더 잘 만들지만 크루저는 할리 데이비슨이 더 잘 만든다”. R18은 좋은 오토바이고 기계적으로는 할리 데이비슨 크루저보다 뛰어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할리 크루저의 느긋한 여유로움을 캐치하지는 못했어요. 만약 첫 오토바이를 사려는데 클래식한 느낌의 BMW 오토바이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R18보다는 R나인티를 더 권해드리고 싶고(그건 정말 걸작입니다...), 편안한 크루저 바이크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할리 데이비슨 소프테일 종류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R18은 미국 풍의 크루저를 표방하면서도 독일 모토라트의 날카로운 느낌을 버리지(?) 못한, 좀 이질적인 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좋게 말하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요. 하지만 여태까지 오토바이를 많이 타신 분이 “기존의 BMW나, 기존의 할리 크루저와는 다른 색다른 차”를 원하신다면 R18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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